어느 새터민 부부의 이야기

    어느 새터민 부부의 이야기

    새터민 김두현 형제와 송지연 자매 부부는 인생의 험난한 여정을 거쳐왔다.

    믿음을 선택하기까지, 이들 부부의 특별한 사연을 소개한다.


    남편 김두현 형제

    그들이 부른 노래는 ‘믿음’이었다

    군인에게 맞고 끌려가면서도, 이웃들은 태연히 노래를 불렀다 …

    북한에 있는 내 고향에 살던 시절, 27세가 되던 그해의 일을 나는 잊을 수 없다. 더운 여름 날, 나는 일을 마치고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왔다. 완전히 곯아 떨어져 있던 나는 개 짖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창밖을 바라보니 새카만 한밤 중, 아마 자정 즈음이었던 것 같다. 어슴푸레한 달빛과 움직이는 손전등의 불빛들로 바깥 동정을 파악할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여러 대의 카키색 트럭이 서 있었고, 수십명의 군인 · 경찰들이 아주 조용히, 하지만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몇몇 가정집으로 들어가, 자고 있던 가족들을 끌고 나왔다. 슬픔과 공포심이 내게 엄습했다. 이들은 오전까지만 해도 인사를 주고받았던 내 이웃들이었다. 그들이 정부와 체제에 반하는 큰 잘못으로 종신수용소에 보내지거나 처형받으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들 역시 자신들 앞에 닥쳐온 위기를 짐작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들은 군인들에게 맞아 피가 흘렀고, 발길질과 총에 떠밀려 짐짝처럼 트럭에 태워졌다.

    그때, 놀랍고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라기엔 표정마저 너무 의연하고 떳떳했다. 트럭은 곧,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후로 한동안, 그날 밤 목격했던 광경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 눈에 밟혔다. 무슨 잘못으로 끌려간 것인지, 왜 노래를 불렀으며, 그것이 무슨 노래인지 …. 우연히 알게된 사실은, 그들의 ‘죄명’이라는 것이 ‘하나님을 믿었다는 것’이고, 그들이 부른 노래가 ‘찬송가’라는 것이었다. 일요일이면 어느 한 집 지하에 모여 몰래 예배를 봤다고 했다. 나는 황당했다. 당시의 내 기준으로는, 허황된 믿음 때문에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고, 그러고도 태연하게 노래를 부르며 떠난 그들이 무지하게 느껴졌고, 불쌍하고 가여웠다.

    시간이 흘러, 나는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남한으로 떠나게 되었다. 몇개월 동안 극도의 공포와 긴장감을 경험하고, 신경쇠약과 불면증에 걸렸다. 급기야, 원인 모를 질병으로 40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렸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나는 죽음의 문턱을 느꼈다. ‘나는 이렇게 죽는구나 …’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과거의 기억과 주변 사람들이 눈앞을 스쳤다. 특히, 고향에 남겨진 부모님과 아내에게 모든 것이 미안하고 죄스러웠다. 원통하고 억울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하던 순간, 문득 떠오르는 이름이 있었다.

    ‘하나님, 도와주십시오 …’ 나는 의심없이, 무조건적인 믿음과 신앙으로 간구했다. 나는 하나님에 대해 배운 적도 없지만, 가장 외롭고 힘든 시기에 본능적으로 하나님을 찾게 되었다. 우리가 배고플 때 먹을 것을 찾고 목마를 때 물을 찾는 것처럼, 하나님께 간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본능으로 아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기도의 응답으로 나는 대형병원을 두 차례나 옮겨가며 치료를 받게 되었다. 한달 여만에 내 몸이 원상태로 회복되었고 건강을 되찾는 축복을 받았다. 그 후에도 나는 인생에서 여러 크고 중요한 일들을 겪으며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권능을 경험했다.

    몰몬경에서 베냐민 왕은, “하나님을 믿으라, … 그가 하늘과 땅의 모든 지혜와 모든 권능을 가지셨음을 믿으라. 사람은 주께서 이해하실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이해하지는 못함을 믿으라.(모사이야서 4:9)”고 가르쳤다. 내가 사선을 넘고 시련을 거쳐 지금처럼 봉사하고 섬기는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도 그분의 계획의 일부라는 것을 믿는다. 머지않아 북한 주민들도 하나님과 그분의 복음에 대해 알게 되고,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가 그곳에 세워지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는다. 그때 선교사와 지도자로 봉사하는 것이 나의 꿈이다. 그분의 계획이 나의 인생을 통해서 앞으로도 실천되리라고 믿으며, 이를 이루기 위해 나는 더 충실히 행할 것이다. ◼

    리아호나 2015년 7월호 별책부록: 지역 소식 인용

    아내 송지연 자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몇년 전, 영어 회화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 후기 성도 교회 자매 선교사님들과 만났다. 계속 만나면서, 순수한 인간미를 지니고 하나님의 영으로 가득차 있는 선교사들의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당시 성당에 다니고 있었고 침례 권유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선교사님들은 교회 참석이나 침례를 더는 권유하지 않았다.

    어느 저녁, 남편이 퇴근하기를 기다리며 혼자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자매님은 정말 행복해 보여요. 이 집에는 행복이 여기저기 쌓여 있는 것 같아요.”라던 선교사님들의 말이 갑자기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내 기억은 4년 전 고향을 떠나오던 때로 거슬러 올라갔다.

    나의 고향은 우리 한반도의 반쪽, 북한이다. 그곳에서 남편을 만나 가정을 이루었다. 결혼 2년 차가 될 무렵, 남편은 출장을 다녀온다고 집을 나선 뒤 감쪽같이 사라졌다. 남편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매일을 눈물로 보냈다. 시간이 한 달, 두 달 지나가며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심정이었다. 어느 날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 나는 심장이 멎는 듯 했다. 낯선 이의 목소리가 내 남편의 이름을 말했던 것이다. 그가 알려 준 장소로 나는 한달음에 달려갔다. 어둠이 깃들기 시작한 약속 장소에서, 멀리 마주보고 있던 한 낯선 남자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그는 몰래 내 손에 종이 쪽지를 건네주고는 아무말 없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종이 쪽지에는 해외 전화 번호로 보이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 국제 전화를 한 사실조차 들키면 중범죄로 처벌받게 될 것이었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를 확인하는 순간, 온 몸에 힘이 순간적으로 쫙 빠지며 서있을 기운도 없었다. 이제는 죽어도 원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내 남편의 목소리였다. 그가 지구 어딘가에 살아 숨쉬고 있다!

    아무말도 할 수 없어 한동안 울기만 했다. 그런 나를 기다리던 남편은 나직히 말했다. “지연아, 오빠한테 올 거지?” 그 길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에, 큰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남편은 조심스럽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추호의 망설임 없이 무조건 가겠다고 대답했다.

    나는 며칠 동안 고향에서의 생활을 정리하며 떠날 준비를 했고 국경으로 갔다. 죽더라도 남편을 찾아가는 길에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국경을 넘어가기 위해 어설프게 얼어있던 강을 건넜다.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얼음 깨지는 소리가 마치 총알 소리처럼 내 귀를 때렸다. 걸음을 뗄 때마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겨우 국경을 지나 중국땅을 밟았을 때, 2미터 높이의 철책이 또다시 나를 가로막았다. 그런데 철책을 확인한 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 새 철책 너머에 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무의식 속에서 나도 모르는 초인적인 힘으로 철창을 넘었던 것이다. 그때 어떻게 그 높이의 철책을 넘었는지 지금도 기억이 없다.

    고향을 떠나왔던 모든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친 뒤, 나는 자매 선교사님들을 다시 떠올렸다. 나는 지금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고 또 하루를 마무리한다. 대한민국에 와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떤 이는 국경을 넘다가 감옥에 끌려가고, 누군가는 내가 건넌 그 강에서 총에 맞아 죽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선교사님들의 말처럼 하나님께서는 나와 함께하신다. 그 무서운 여정 동안 하나님께서 나를 보살펴주셨다. 하나님은 내가 그분을 몰랐을 때에도 나를 사랑하셨는데 내가 그분의 뜻을 따른다면 더 큰 사랑과 행복을 주실 것이다 ….’ 나의 마음이 점차 예수 그리스도 교회로 향했다. 나는 무엇에 이끌리듯 스스로 교회에 참석했다. 내가 찾고자 했던 신앙이 이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 침례를 받기로 결심했다. 내가 침례를 받은 뒤 몇 달 후, 남편도 침례를 받았다.

    나는 행복하다. 남편과 함께 있어서, 훌륭한 복음 안에서 부부가 함께 신앙을 키우고 같은 소망을 가질 수 있어서. 앞으로 우리 가정 안에 하나님의 사랑이 더 충만히 채워질 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 ◼

    리아호나 2015년 8월호 별책부록: 지역 소식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