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병영문학상 최우수상 수상, 윤성태 형제

    제12회 병영문학상 최우수상 수상, 윤성태 형제

    제12회 병영문학상에 대구 스테이크 대명 와드 윤성태 형제가 당선되었다. 그는 '민들레 한 송이의 긍정'이라는 글로 수필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병영문학상은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장병들의 정서를 순화하고 사기를 진작시킨다는 취지로 2002년부터 열려 올해 12회째를 맞는다. 올해 병영문학상에는 시·수필·단편소설 등 3개 부문에 5,230여 명의 장병들이 1만 2,620여 편의 작품을 응모, 열띤 경합을 벌였다. 최종 심사결과 부문별로 각각 최우수상 1편, 우수상 2편, 가작 3편이 국방부 장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최우수상 수상자에게는 국방부 장관 상장과 상금이 수여되며 한국문인협회 회원자격이 부여돼 문인 등단의 기회가 주어진다.(국방부 보도자료)

    '모든 독자를 위해 조금 순화했지만, 이것은 복음에 대한 제 성찰을 적은 것이고, 결국 제 간증입니다.'라고 윤 형제는 전했다. 그의 수필을 이곳에 싣는다.

    민들레 한 송이의 긍정

    민들레 한 송이의 긍정

    일병 윤성태

    공든 탑이 무너지겠느냐는 말을 맨 처음 던진 사람은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 이 표현을 들을 때마다, 쓸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사용되며, 애를 쓰고 정성을 들인 일이 허사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그들의 마음에 재생산하고 있는 이 표현에는, 무언가 미묘한 여운이 담겨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표현의 매력과 힘은 그 여운에 있는지도 모른다.

    공들인 탑은 튼튼하여 무너짐이 없으리라는 말에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아름다우리만치 당위적인 원리가 담겨 있다. 한 사람의 노력과 땀이 마땅한 결실을 맺기를 바라는 소원은, 그것이 올바른 소원이어서 더 아름답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너무도 많은 경우에, 너무도 자주 우리의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고 있기에, 그 아름다움은 오히려 역설의 여운을 남기는 메아리가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열심히 작성한 과제물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한 학생, 나날이 온 마음을 다해 준비했던 태권도 심사에서 떨어진 아이, 정성껏 선물을 골랐는데, 센스가 없다는 말을 들은 연인, 수년간 준비한 대입수학능력평가를 치른 후 받아든 성적표 앞에서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한 재수생, 애지중지 돌본 자녀가 방황의 길을 걷는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아픔이 치유되기를 빌고 또 빌어보지만 결국 병마로 사랑하는 사람을 읽은 사람……. 우리 뿐 아니라, 우리 주변의 많은 이웃들의 삶에서도 공든 탑이 무너져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래서 ‘하늘도 참 무심하다’는 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처음 부대로 전입하여 치른 영점 사격의 경험도 어찌 보면 이런 역설의 여운을 방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처음 자대에 와서 총을 받았을 때, 마치 애인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듯 정성스럽게 정비했다. 정비에 정비를 거듭하여 마침내 사격장에 갔을 때, 몇 번의 격발과 수 명의 검사 끝에 총기불량 판정을 받고 결국 내 총으로는 표적을 한 발도 맞출 수가 없었다. 그때 많이 허탈하고 속상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정성을 쏟아도 제 기능을 발휘 못 했던 그 총에, 부모님의 정성과 사랑을 먹고 자랐음에도 방황하며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린 내 모습이 투영되어 있는 것만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너도 나랑 닮았구나.” 복잡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내 총에게 슬쩍 해주었던 말이다.

    그런데, 그 총을 쥐고, 사격완료자 대기장소에 서서 앞을 바라보다가, 정말 우연히도 한 송이 민들레를 보았다. 시멘트와 돌로 만들어진 사격장 계단의 틈에서 피어난 그 꽃을 본 그 때, 나는 그 민들레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깨진 시멘트와 돌 사이로 피어난 평범하고도 연약한 꽃 한 송이에서 자연의 위대함이나 압도적인 위엄 등은 느낄 수 없었지만, 민들레 한 송이가 자신을 꽃피우기 위해 들였을 정성의 무게가 그 숭고한 울림을 가지고 내 가슴에 공명하는 것만 같았다.

    ‘쉽지 않았을 거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채우며 다른 모든 잡념을 삼켜버렸다. 민들레가 그곳에 피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했다. 척박한 땅에 뿌려져 기껏 싹을 트고 보니 주변이 시멘트와 돌뿐이었을 것이다. 힘들게 뿌리를 뻗었을 때에 뿌리가 시멘트에 막혀 갈 곳이 없었을 것이다. 어찌어찌 줄기가 자라 땅 위로 고개를 내밀었을 때, 계단을 오르내리던 사람들의 발에 밟히기 시작했을 것이다. 꽃이 자라면서 계단을 청소하는 병사들의 세차고 무심한 비질에 그 몸이 쓸리고 줄기와 잎에 상처가 그어지는 일이 빈번했을 것이다. 민들레가 자라면서 얼마나 자주 공든 탑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을지는, 민들레 자신만이 알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던지는 시선과 생각을 느꼈는지, 바람이 불자 그 민들레도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흡사 나와 그 꽃 한 송이의 시선이 서로 맞추진 것 같은 순간이었다. “너도 나와 같아.” 왠지 민들레가 그런 말을 건넨 것 같았다. 그 말은 내 마음에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총 한 자루를 들고 민들레를 바라본 나의 이 경험은, 하늘의 무심함을 방증하는데에서 끝나지 않았다. 잦은 실패를 이겨내며 생명을 꽃피운 민들레의 삶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무너지는 일이 계속되는 가운데에서도 세워지는 그 무언가가 있어서, 삶의 꽃은 바로 그 무너지는 가운데 세워지는 것에서 피어난다는 것을 민들레는 내게 알려 주었다. 어쩌면,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남긴 그 사람도, 이 민들레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루하루 무너지는 경험을 하는 이들에게 괜찮을 거라고, 무너지는 가운데 세워지는 무엇을 찾으면 된다고, 희망의 말을 건네고 싶은 마음이 공든 탑이라는 말에 담겨, 깊은 여운을 자아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위에서 소개한 나의 사소한 경험이 단순히 실패의 현실성을 방증하는 데에서 삶의 피땀은 최후에는 결국 그에 걸맞은 열매를 맺게 된다는 깨달음으로 나아갔듯이, 어쩌면 우리가 겪는 모든 무너지는 경험들은, 무너짐 가운데에서 세워지는 우리 삶의 진수로 우리를 이끄는 것이 아닐까?

    공든 탑도 민들레도, 지금의 내가 계속해서 무너지고 꺾이는 자신을 추스르며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을 나에게 제시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계속 하루에 하루만큼 무너지고 저무는 경험을 할 것을 알면서도, 실망하지 않고, 믿음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얻었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뿌린 대로 훌륭한 열매를 거둘 수 있다는 그 아름다운 공식이 내 삶에서도 충실히 구현될 거라 생각하며, 나날이 온 정성을 다해 내 삶을 가꿀 것이다.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민들레 한 송이의 긍정을 잊지 못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