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을 버려 두고”

    사람을 낚는 어부 그림

    서울 동 스테이크 김숙진 자매

    일상에 새로운 활력이 필요했던 나는 꽤 오랜 시간 동두천시의 미군 무료 영어 회화 수업에서 취미로 영어를 배웠다. 문제는 매년 겨울에 종강을 하면 두 달 간의 방학 동안 마땅히 영어를 배울 곳이 없다는 점이었다. 사실 이 교회에서도 무료 영어 회화반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교회에 관한 주변의 부정적 시선으로 선뜻 그곳으로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여전히 망설여졌지만, ‘고작 두 달인걸. 잠깐 다니는 건 괜찮겠지.’라는 마음으로 교회 영어 회화반을 찾았다.

    영어 회화반에 참석한 첫날부터 이 교회가 정말 괜찮은 곳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건전한 수업 주제와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선교사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걱정은 눈 녹듯 사라졌고, 봄이 왔음에도 나는 계속 교회 영어 회화반을 그만 두지 않았다. 그렇게 2년간 꾸준히 영어를 배우면서 교회 가정의 밤에도 매주 참석하게 되었다. 선교사들이 나누는 영적 메시지를 들으며 교회의 가르침이 훌륭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투명한 십일조 회계와 교회 회원들의 봉사를 보며 순수하게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순종하는 교회라고 느꼈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교회 영어 회화반을 추천했고 누군가 교회를 비난하면 그에 반박하며 변호하기도 했다.

    사실 나는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지만, 결혼 이후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가족의 반대로 20년간 어떤 교회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마음만큼은 스스로 기독교인이라고 여겼지만, 주님을 마음껏 섬기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 어쩌면 이생 동안 교회에 몸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2017년 가을, 신앙에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던 나는 영어 회화반 참석 2년 만에 선교사와의 복음 토론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침례를 결정하는 데 있어 또 다른 고민거리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일요일에 근무해야 하는 도서관 주말 사서 일이었다. 침례를 받고 교회 회원이 되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좋은 직장을 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마침 연말이 되자 도서관 측에서 1년 계약 연장을 제안해 왔다.

    12월이 되면서 나는 감독님과 접견을 하게 되었다. 나는 “감독님, 제가 침례는 받고 싶은데 사서 일 때문에 성찬식 참석은 어렵습니다. 교회 회원으로 등록만 하면 안 될까요? 십일조는 다 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잠자코 듣고 있던 감독님은 ‘된다, 안 된다’는 말씀도 없이 “몰몬경을 다 읽으시거나 성신을 느끼시면 그때 다시 만납시다.”라고 답할 뿐이었다. 의아했다. 내가 침례받으면 회원 수도 늘고 십일조도 늘 텐데. 감독님은 그저 신앙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나는 주말 근무를 이어가되 일요일마다 금식하며, 안식일을 지킬 수 있는 직업을 구하게 해 달라고 기도드렸다. 하지만 이력서를 넣은 어떤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침례’, ‘주말 사서’ 사이에서 고민하던 나는 결국 ‘딱 1년만 더 일하고 이후에 침례를 받는 거야!’라며 주말 사서를 선택했다. 도서관 측에 1년 더 일하겠다고 말을 해 두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두고 선교사님이 십이사도 정원회의 우흐트도르프 장로님이 하신 말씀을 보내왔다. 장로님께서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은 우리가 그의 계명들을 지키는 것”이라고 가르치시면서 요한1서 2장 4절을 인용하셨다. “그를 아노라 하고 그의 계명을 지키지 아니하는 자는 거짓말하는 자요 진리가 그 속에 있지 아니하되.”(“하나님의 사랑”, 2009년 10월 연차 대회) 이 구절을 마주하자마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안식일도 지키지 않으려 하면서 스스로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이 굉장히 부끄러웠다. 나는 이튿날, 1년 근무 연장을 위해 계약서를 작성하는 대신 사직서를 제출했다.

    누군가는 성경 구절 한 마디에 대책 없이 직업을 버린 것이 무모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뜻임을 분명하게 느꼈고 그에 순종하기로 선택했다.

    2018년 1월 27일에 침례를 받고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매일 아침, 기도와 경전 읽기로 하루를 시작했다. 잉글리쉬커넥트 코디네이터와 와드 선교사로 봉사하면서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웃에게 간증을 전했다. 몇 달간 직업을 구하지 못했지만 그동안 하지 못했던 기독교인의 삶을 원 없이 누리기 시작했다.

    얼마 후 나는 경기도 문화관광 해설사로 새 출발을 하면서 한 기업의 아르바이트 자리도 얻게 되었다. 주님께서는 먼저 신앙을 요구하셨고 내가 “그물을 버려 두고” 예수님을 따르자 놀라운 축복이 부어졌다.(마태복음 4:20 참조) 20년 만에 진정한 기독교인의 삶을 살게 된 나에게 이 복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앞으로 내게 어떤 것이 요구될지라도 나는 그물을 몇 번이라도 다시 버려두고 그리스도를 따를 것이다.